<35>강동으로 건너가 후일 대사를 기약해야 하거늘
<안중근 대학> 길원 남태욱 교수의 대한국인 안중근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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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사는 셋 동지들에게 시 한수를 읊어주고는 기계(총)를 가지고 적진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습니다.
(잠깐 여기서 알다가도 모를 의문 한가지가 필자에게 있습니다. 안의사께서는 평생 총을 총이라부르지 않고 한결같이 총을 기계라고 부른 것입니다.
왜 그랬을가? 그 의문입니다. 어릴적부터 사냥할 때 사용한 엽총도 기계라 했고, 이등박문을 쏘아죽인 그 단총도 기계라고 합디다.
법정에서 왜놈 검사가 계속 이 총이 그 총 맞냐, 총을 언제부터 다루었느냐, 이또오를 쏠때 총을 어떻게 쥐고 어디를 겨누고 쐈느냐 물으면, 안의사는 계속해서 시종일관 기계가 어떻고 어떻고 하십디다. 거참 희한하다... 거기에 무슨 깊은 철학이나 뜻이 있음직 한데....)

이렇게 안의사가 기계를 꼬나 쥐고 적진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남은 셋중의 하나가몸을 뛰쳐나와 붙들고 통곡하면서 말렸습니다.
"공(公)의 의견은 큰 잘못이오. 공은 다만 한 개인의 의무만 생각하고, 수많은 생명과 뒷날의 큰 사업은 돌아보지 않겠다는 말이오.
오늘의 사세로는 죽는다 해도 아무 이익이 없는 일이오. 만금같이 소중한 몸인데 어찌 초개같이 버리려는 것이오.
오늘로 마땅히 다시 강동(江東: 강동은 러시아 영토안에 있는 땅이름인데 여기서는 두만
강 동쪽 브라디보스톡이 있는곳을 가리킨다고 봅니다---필자)으로 건너가서,
앞날의 좋은 기회를 기다려서 다시 큰 일을 도모하는 것이 십분 이치에 맞는 일인데 어
찌 깊이 헤아리지 않는 것이오"하는 것입니다.
이에 안의사가 생각을 돌이켜 말했습니다.
"공의 말이 참으로 옳소. 옛날 초패왕 항우가 오강(烏江---요강이 아님)에서 자결한 것에는 두가지 뜻이 있었는데, 하나는 무슨 면목으로 다시 강동(양자강 동쪽 오나라 월나라 옛땅, 상해 등지)의 부로(父老:어른)들을 만날 수 있겠는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강동이 비록 작을 지언정 족히 왕될 만하다는 말 때문에 분이 나서 스스로 오강서 죽은 것이오(항우는 천하의 영웅으로 자처했는데 곁에 사람이 강동으로 가서 작은 왕이라도 되는 것이 좋지 않느냐 하므로 분했던 것입니다---필자).

그당시 항우가 한 번 죽고 나서는 또 다시 항우가 없었던 것이라 어찌 아깝지 아니하오.
오늘 안응칠이 한 번 죽으면 세계에 다시는 안응칠이 없을 것은 분명하오.
무릇 영웅이란 것은 능이 굽히기도 하고, 능히 버티기도 하는 것이라, 목적을 성
취하기 위해서 마땅히 공의 말을 따르겠소" (옳소!--필자)
하고 다시금 네사람이 동행하여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한 밤중에 온 산을 헤매다가 천신만고 끝에 인가가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개짖는 소리를 듣고 왠 사람들이 횃불을 켜들고 나오는데 보니 어이쿠 일본병정들입니다. 그집은 다름 아닌 일본군의 파출소였습니다.
그걸보고 이쪽은 급히 몸을 피하여 정신없이 산속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어찌나 놀랐는지 기력이다 되고 정신이 어지러워 땅에 쓰러졌다가 한참만에야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그럴땐 영웅도 별 수 없는가 봅니다. 필사즉생이요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라, 목숨을 걸고 싸우려 나서면 두려움도 없어지고 살 것이로되 목숨을 보전하려 들면 그렇게 죽음이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려.

기사입력: 2010/01/01 [21:14]  최종편집: ⓒ 안중근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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