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악전고투 끝에 패잔병이 되다
<안중근 대학> 길원 남태욱 교수의 대한국인 안중근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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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제2차 전투에서 생포한 포로들을 석방해주는 바람에, 안중근부대는 적에게 위치가노출되어 며칠 뒤 적의 기습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4,5시간 교전끝에 날은 저물고 폭우가 쏟아져서 지척을 분간할 수가 없었습니다.
밤새도록 장마비가 그치지 않아서 앞은 보이지 않는데,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어서 인가(人家)도전혀 없었습니다.
장졸들이 이리 저리 분산하여 얼마나 죽고 살았는지조차 진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어쩔 수없이 숲속에서 밤을 지내고, 그 이튿날 6,7십명이 서로 만나긴 했습니다만 모두가 올데 갈데없는 패잔병신세가 되어 여러조가 뿔뿔이 흩어진 셈입니다.
그 이튿날도 또 그 다음날도 ... 이처럼 헤매기를 너다섯새 동안에 한번도 밥을 먹지 못한
데다 발에는 신도 신지 않아 풀뿌리를 캐서 먹고 담요를 찢어서 발에 감고 서로 위로하고
보호해 주는게 고작일 뿐 다른 뾰족한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먹질 못해서 다른 생각은 전혀 가지질 못하고 제각기 살려는 생각만 가득
한 지경이라 안의사도 창자가 끊어지고 간담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간신히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마침 멀리서 개짖는 소리 닭우는 소리
가 들려왔습니다. 마을에 당도한 것입니다. 마을이래야 산골 움막집 몇채에 불과 했지요.
패잔병 일행이 조심해서 마을로 들어가 안전을 확인한 뒤, 보리밥을 얻어 먹고 조금 주림
과 추위를 면하긴 했습니다만 군중의 마음은 복종함이 없었고, 기율도 따르지 않자, 안의
사는 속으로 "이런 때를 당하여 이 같은 질서 없는 무리를 데리고서는 비록 손자나 오자나
제갈공명이 되살아나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탄식이 저절로 우러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을에서 나와 안의사는 남은 무리와 함께 초췌한 모습으로 흩어진 무리들을 찾고 있는데
또다시 복병의 저격을 받자, 그만 남은 사람들마저 흩어져 다시는 모으기가 어렵게 되고
말았습니다.
안의사 홀로 산위에 앉아 웃으며 스스로 이르되, "어리석도다, 나여! 저같은 무리를 데리고 무슨 일을 꾀할 수 있을소냐. 허나 누굴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랴
(我獨坐於山上 自謂自笑曰 愚哉 我兮 如被之輩 何事可圖乎 誰怨讐仇 아독좌어산상 자위자소왈 우재 아혜 여피지배 하사가도호 수원수구) 하고는 다시 분발하여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가 홀로 사방을 수색하여 다행히 세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서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의논해 보니, 네 사람의 의견이 모두 달라 어떤이는 목
숨껏 살아야지 하고, 어떤이는 자살해 버리고 싶다 하고, 또 어떤이는 스스로 일본군에게
나가서 사로잡히겠다고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의사는 이리저리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시 한수를 동지들에게 읊어주었습니다.

이게 그 시입니다.
男兒有志出洋外 事不入謀難處身 望須同胞誓流血 莫作世間無義神
(남아유지출양외 사불입모난처신 망수동포서유혈 막작세간무의신)
뜻이 어떤가 하면, 사나이 뜻을 품고 나라밖에 나왔다가 큰 일을 못이루니 몸두기 어려워라. 바라건대 동포들아 죽기를 맹서하고 세상에 의리없는 귀신은 되지 말게.

시를 읊고 다시 이르기를,
"그대들은 모두 뜻대로 하라. 나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일본군과 더불어 한바탕 장쾌하게 싸움으로써 대한국 2천만 중의 한 분자가 된 의무를 다한 다음에는 죽어도 한이 없겠다"
하였습니다.
이처럼 패잔병의 신세가 된 영웅의 모습을 대하니 필자 또한 만감이 교차합니다.
한번 승리자가 영원한 승리자가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동서고금의 인간사 아니던가요! 또한 한번의패자가 결코 영원한 패자는 아닌 법! 견훤에게 패하여 반야월까지 쫓겨 온 왕건하며, 홀로 기적적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조조, 패잔병이 된 나폴레온이 다시제국을 일으킨 예도 있습니다만, 최후의 승리는 운수소관이기도 하거니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꺼지지 않는 마음의 불씨가 가져다 주는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기사입력: 2010/01/01 [21:13]  최종편집: ⓒ 안중근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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